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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 일기

gkva 2023. 5. 22. 06:01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이별을 애도일기를 통해 어림짐작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어머니를 잃고 써 내려간 쪽지들을 한데 모은 애도일기는 롤랑 바르트가 겪은 감정을 상세하게 말해준다.평소처럼 일상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몰려오는 슬픔에 "허물어지기도" 하고, 어머니의 부재로 인한 외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나는 지금 밑바닥까지 절망에 빠져서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을 울적하게 만들지 않으려고,무진 애를 쓰고 있다고. 하지만 나는 자주 더는 그렇게 견딜 수가 없어서 그만 "허물어지고" 만다.  읽는 내내 마음이 물에 잠긴 듯 먹먹했다.그중에서도 확 다가온 문장들이다.  나의 슬픔이 놓여 있는 곳, 그곳은 다른 곳이다."우리는 서로 사랑했다"라는 사랑의 관계가 찢어지고 끊어진 바로 그 지점이다.가장 추상적인 장소의 가장 뜨거운 지점……. * 우리가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을 잃고 그 사람 없이도 잘 살아간다면,그건 우리가 그 사람을, 자기가 믿었던 것과는 달리, 그렇게 많이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까……? * - 셀레스트: "언젠가 우리는 모두 여호와의 계곡에서 다시 만나게 될 거예요."- "당신은 정말 죽은 뒤에 우리가 다시 만날 거라고 믿나요, 셀레스트? 정말 내가 마망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난 지금이라도 당장 죽고 싶어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사람들에게 건네는 가장 담백한 위로.책띠에 적힌 문구가 이 책을 잘 설명하고 있다.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그 슬픔.알고 싶지 않지만 피할 수 없는 슬픔을 조금이나마 받아들일 수 있길.슬프지만 담백한 위로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애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애도 일기 는 현대 비평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 으로 꼽히는 롤랑바르트가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하며 쓴 일기다. 그의 어머니 앙리에트 벵제가 사망한 1977년 10월 25일의 다음 날부터 시작된 이 일기는 2년 뒤인 1979년 9월 15일에 끝난다. 바르트의 후기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작품 중 하나인 애도 일기 는 죽음 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의 일부라고 여겼던 사람을 잃어버렸을 때 우리에게 다가오는 깊은 슬픔이 있다. 바르트는 이 아름답고 슬픈 텍스트에서 상실의 슬픔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파헤치고, 내지른다. 스무세 살의 젊은 나이에 전쟁미망인이 된 어머니 앙리에트 벵제와 바르트는 특벼한 관계였다. 그가 62세 떄 콜레주 드 프랑스의 교수로 취임하면서 어머니를 맨 앞자리에 앉혀 놓고 취임강연을 한 일화도 유명하다. 어머니는 단 한 번도 나를 질책한 적이 없었다. 는 바르트가 어머니를 그리워할 때, 어머니를 관대함 , 선함 의 상징으로 이야기할 때 하는 말이다. 이 애도 일기 는 그런 어머니와의 끊어진 사랑을 격렬하게 슬퍼하고, 글쓰기를 통해 재생된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서문 / 나탈리 레제
애도 일기: 1977년 10월 26일~1978년 6월 21일
후속 일기: 1978년 6월 24일~1978년 10월 25일
이후에 쓴 일기: 1978년 11월 4일~1979년 9월 15일
날짜 없이 남아 있는 단장들
마망에 대한 몇 개의 메모
해설 / 김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