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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알약

gkva 2024. 2. 6. 21:21


난 만화도 소설처럼 글자 하나하나 그림 하나하나 꼼꼼하게 모두 다 보고 읽는스타일이라 속도가 정말 느린데, 요 만화는 그림체도 익숙하지 않고 글씨도많아서 처음에는 읽어나가기 힘들었다. 그래도 읽다보니 내용에 푹 빠져서 제일 몰두하며 읽은 거같다. <푸른알약>은자전적인 만화라고 한다. 주인공 남자가 사랑하는 애인(동거녀)은4살 정도의 남자아이가 있는 이혼녀이다. 아이와 애인은 둘 다에이즈환자들이다. 남자가 만났을 때 그들은 이미 양성이었고, 제목의<푸른알약>은 아이가 평생 복용해야 하는 에이즈약이다. 정서도 익숙하지 않고 생활도 연애도 모두모두 낯설었지만, 낯설어서 더 매력적이기도 했던 만화다.가장 좋았던 집에 파티가 열리는 날, 낯선 손님들로 가득찬 집에서 평소 어찌 설명해야 될지관계가 어려웠던 엄마랑 살고 있는 아저씨인, 주인공 품에 아이가 다가와서 안기는 장면. 주인공이, 에이즈 환자인 애인과의 관계를 고민하면서도 에이즈가 걸린 아이의병간호를 하면서 고통스러워 하는 애인을 격려하고 위로하고곁에서 지켜주는 모습을 보고, 참많이 감동을 받았다.
열아홉 사춘기의 어느 저녁, 프레데릭은 제네바 교외 한 별장의 파티에서 생기 넘치는 소녀였던 스물한 살의 카티를 처음 만난다. 그는 매력적인 카티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그녀는 문득 사라지고 만다. 6년 후, 이렇다 할 이력 없이 만화가로 데뷔한 그의 눈앞에 그녀가 다시 나타난다. 이혼을 하고 홀로 어린 아들을 키우던 카티는 프레데릭과 점점 가까워지고 드디어 서로 감정을 털어놓게 된다. 그러나 그녀의 고백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는데….

푸른 알약 은 에이즈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는 이야기다. 2001년 스위스에서 출간된 직후 전 유럽에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많은 독자들을 만났다. 특히 작가인 프레데릭 페테르스가 자신의 이야기를 그대로 만화화했다는 점에서 더욱 화제가 된 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페테르스는 금시기되는 소재이면서 또한 자극적인 소재이기도 한 에이즈 감염자와의 사랑 을 비극이나 신파로 몰아가지 않는다. 포장되지 않은 현실적인 내용을 담담한 필치에 위트와 유머까지 섞어가며 그려 낸 수작인 이 책은 한 남자와 여자가 만나고 사랑하며 기뻐하는 평범한 연애담이자 이길 수 없는 병과 함께 살아가기로 한 조금은 특별한 연인들의 이야기다.

이번에 새로이 출간된 증보판에는 책 출간 직후, 작가 프레데릭 페테르스와 카티 사이에 오갔던 각오가 만화로 실려 있으며, 이제는 다 자란 그들의 딸과 아들, 그리고 카티까지 가족들의 인터뷰가 역시 만화로 수록되어 있다. 본문에서 젖병을 빨던 아들의 현재 모습을 보는 것도 한 재미지만, 프레데릭과 카티 사이에서 에이즈에 감염되지 않은 건강한 딸이 생겼다는 것도 독자들을 놀라게 할 만한 요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