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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인문학

gkva 2024. 1. 22. 00:17


양극화가 극심화되는 이 사회에서 양극화를 줄이고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하고 몇몇이서 모여 고민하다가 인문학 교육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자활후견기관에서 일하고 계신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 교육에 최선을 다해야지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생각은 오만한 생각이었다. 대학에서 몇 년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던 생각만 하고 잘 가르쳐보겠다고 생각한 것인데 오히려 내가 선생님들에게 인생을 배우게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참여 선생님들과의 관계가 친밀해 질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서로 간에 공감대가 컸기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대안 역사교육은 인문학의 발전이 우리 사회의 극단적 물질만능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다는 기본 인식하에 확대시켜야 한다. 그 시작이 바로 우리들이 진행하고 있는 저소득층 대상의 인문학 교육이라고 본다. 실천 인문학 역사교육에서 참여자 선생님들을 어떻게 교육할 것이며 어떤 강의 주제를 선정하느냐는 인문학 역사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자신들의 시간을 할애하고 부끄러움을 극복하면서 교육에 참여하는 것은 배움에 대한 뜨거운 열망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참여자들의 배움의 욕구를 반영하고 역사교육의 본질적 접근을 함께 이끌지 않으면 실천인문학 역사교육은 성공할 수 없다고 본다. 참여자들의 의견을 존중하여 우리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건 위주로 강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기초를 배우고자 하는 초보자들에게 우리 역사를 가장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시대사를 기반으로 하여 특정의 역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덧붙여 진행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판단했다. 무신정권의 우두머리였던 최충헌의 노비 만적이 왜 평등사회를 꿈꾸고 정변을 일으켰는 지와 대몽항쟁 기간 중 귀족과 군일들보다 백성들이 나서서 30여년 동안 몽고와 싸운 이야기는 선생님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결국 역사의 주인은 바로 자신들과 이름 없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된 것이다. 역사 속의 이름 없는 민중들의 삶이 곧 역사의 주체이듯, 오늘날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자신들이 바로 역사의 주인임을 서서히 깨달아가는 과정이었다. 3년 동안 수업을 진행하면서 느낀 것은 선생님들은 고려시대 이전의 역사보다는 조선시대 이후의 역사와 한국근현대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극을 통해 익숙한 조선시대의 역사가 더 받아들이기 쉬웠기 때문이다. 실천인문학 역사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교수들의 강의 태도다. 특히 역사교육은 다른 교육과는 그 형태가 다르고 특정 주제가 아닌 반만년의 시대사를 강의해야 하기 때문에 적절한 교수법이 필요하다. 일단 올바른 강의를 진행하기 위해 참여자들과 정신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는 선생님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선생님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강의 시간 안에서 ‘의식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의에는 반드시 흥밋거리를 첨가해야 한다. 시사 문제를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5년간의 군대 생활의 상처가 6개월 간의 인문학 교육으로 해소되었다” 5.18 광주항쟁 당시 진압군 중대장, 삼청교육대 중대장으로 5공화국 시절, 우리 역사에서 가장 부끄러웠던 시절의 현장에 있던 가해자가 토로한 말이다. 1894년 농민전쟁에서 집강소를 설치하고 백성이 주도하는 사회를 만들고자 했다는 이야기에는 박수를 칠 정도였다. 이는 그만큼 자신들이 이 땅을 살아가는 주인이라는 인식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그러한 주인의식은 자신을 변화시켜 평생 사회의 소외 계층으로, 주변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 인간으로 사회를 이끌어갈 힘을 갖게 할 것이다. 실천 인문학의 역사 강좌 속에서 만난 학생들은 일반 대학에서 진행되었던 교양 강좌의 역사학을 오히려 자신들의 사회적 상황 속에서 체득한 경험을 통해 다양한 시각으로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곳에 있는 분들은 가정이 해체된 뒤 어디에도 갈 곳이 없어서 이곳 쉼터에서 생활하는 분이라고 했다. 그래서 쉼터에서나 그분들 스스로 홈리스라는 말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렇다. 노숙은 그야말로 길에서 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세상 어디에도 자신이 의지할 집이 없을 뿐이지 노숙하는 사람들은 아닌 것이다. 저소득층 가정의 여성분들을 학생으로 한 강의에서는 1960년대의 사회상을 담은 비디오로 수업을 한 적이 있다. 비디오는 1960년대 서민들의 생활상을 사회적 관점에서 기록한 것이었는데 비디오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이 있었다. 비디오를 보고 옛날 자신들의 모습이 생각나서 눈물이 난다고 했다. 2008년인 지금 들여다보면 서민들의 일상 대부분이 퍽퍽하기만 했던 삶이고,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는 자신들의 유년기에 해당하는 시절이었던 것이다. 이들은 그처럼 어려웠던 성장기 속에서 원하는 만큼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없었고 그러한 환경이 발목을 잡아 지금도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다. 첫 번째 의견은 강의실에서 행해지는 역사학 강의와 아울러 현장 체험인 답사가 진행되었으면 좋겠다는 요구였다. 두 번째 의견은 심화 학습에 대한 요구였다. 인문학은 사람에 관한 학문이다. 사람 개인에 관한 학문이고, 그 개인들이 타인과 만나 만들어내는 사회에 관한 학문이고, 사람이 자연과 이루어내는 조화에 관한 학문이다. 이처럼 인문학은 인간 본연의 학문이기 때문에 아주 오랜 기간을 이어 인간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 인문학은 학문의 존재마저 위협받고 있다. 산업 사회의 금전적 가치를 잣대로 삼을 때 인문학은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인 학문으로 전락한다. 어쩌면 인문학의 위기라는 것은 이러한 인간에 대한 위협을 드러내는 사회적 지표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실천 인문학을 통해 내가 만난 학생들은 위협에 노출된 사회적 실체일 것이다.(194) 밤 늦은 시간 분명히 낮동안의 피곤했을 몸을 이끌고 와서도 강의에 대한 열의를 보여주었던 학생들의 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인문학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열정이 나로 하여금 더욱 열심히 강의를 하게끔 추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역사 연구와 일반인이 소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통로라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경제력도 잃고 가족도 잃은 사람들에게 끝까지 남아 있는 것은 자기 자신뿐이다. 그러한 사람들이 내쳐진 삶의 밑바닥에서 일어서려 할 때 자신에 대해서 인정하는 것이, 그 속에서 자신의 존재와 존엄을 깨닫게 되는 것이 그 사람들의 힘겨운 발걸음에 힘을 실어 줄 수 있으리라 나는 믿는다.(197) 인문학을 회복할 수 있는 열쇠는 결국 시민이라는 일반 대중과 소통에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형 클레멘트코스 참여자들의 가슴 벅찬 고백록!

인문학을 가르치고 배움으로써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인문학 과정 참여자들의 가슴 벅찬 고백록이다. 지식 나눔을 실천하는 행복한 인문학은, 가난한 이들과 세상 사이에 올바른 대화와 소통의 통로를 찾아주어 그 과정에서 가르치는 이와 배우는 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인문학 본래의 가치를 되살아나게 한다.

행복한 인문학 은 인문학의 위기를 돌파할 한국형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의 결산으로, 교도소 수용자, 자활 근로자, 노숙인 대상으로 한 강좌에 많은 강사들 참여하였다. 그들은 자신을 성찰하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이 ‘진정한 부(富)’를 가져다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책은 1부 행복한 삶 쓰기(文), 2부 세상살이 인문학과 삶의 철학(哲), 3부 역사와 소통하는 인문학(史)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부록으로 시인 도종환의 「시에서 배우는 역설의 진리」와 함께 수강생 글모음이 실려 있다.


책머리에
꿈꾸는 인문학을 위하여 고영직

추천사
실천하는 인문학이 희망의 인문학이다 도종환

프롤로그
나를 깨우쳐준 인문학 수업 임철우

1부 행복한 삶 쓰기
교도소로 부치지 못한 편지 이명원
우리들의 작은 ‘달팽이집’을 위하여 고인환
옆집 아저씨의 글쓰기 숙제 양훈도
벽을 문으로 바꾸는 예술 고영직

2부 세상살이 인문학과 삶의 철학
세상살이 인문학과 삶의 철학 우기동
노숙인을 위한 인문학 강의 박남희
앎과 삶의 인문학 공부길 이병수

3부 역사와 소통하는 인문학
가르치기 힘든 시대의 역사교육 김준혁
세상과 소통하는 인문학 박성준
예술은 ‘쌈’이다 김종길

에필로그
지식나눔을 넘어 함께 만드는 희망으로 최준영

부록
시에서 배우는 역설의 진리 도종환
수강생 글모음 허순옥 외